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 안젤라 강주현 대표는 2016년 6월, 현대자동차그룹 R&D 뉴스레터에 칼럼을 기고하였습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Enterprise)은 세계화(Globalization)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종교 등을 존중하는 현지화(Localization)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결합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 필요하다. 현지 문화와 관행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고객과 지역사회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현지 임직원들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에 꼭 필요한 나침반처럼, 그 지역의 지정학•인구학•사회학•심리학 요소들을 적용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글로컬라이제이션을 고려하여 자동차산업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 엔지니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현지 문화를 고려한 혁신적 사고(Innovative thinking for inclusive growth)가 필요하다. 2016년 현대자동차그룹 시무식에서 정몽구 회장은 ‘산업혁신 선도 미래경쟁력 확보’를 올해 경영방침으로 제시했다. 자동차 운전문화는 운전자 위치, 주차여건, 운행 및 생활습관 등 운전자가 속한 나라에 따라 그 차이가 크다. 때문에 엔지니어들은 현지의 삶을 고려한 혁신적 사고로 운송수단을 넘어 생활수단이 될 미래의 자동차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어야 한다. LG전자는 2009년 무슬림 고객의 일상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그들의 삶에 기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의 삶과 문화를 반영해 하루 5번 기도시간을 알려주고, 기도 중에 걸려오는 전화는 수신거절과 함께 기도 중임을 알리는 문자를 발송하는 메카폰을 출시하였다. 12억 무슬림 사용자의 삶을 고려한 연구원들의 혁신적 사고가 있었기에 탄생 할 수 있었던 제품이다.
둘째,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Sensitivity for embracing diversity)을 가져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깊이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지에서 연구하는 엔지니어들은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연구원들의 생각을 상호존중하며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자신의 생각과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와 생각의 차이점을 파악해 보다 신선한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한다. 2009년, 미국의 가전전문업체 월풀(whirlpool)의 인도 연구소에 방문한 적이 있다. 연구원은 인도 뿐 만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브랜드의 세탁기를 밤낮으로 테스트하면서 차이점을 발견했고, 그를 통해 인도인이 즐겨 입는 전통의상이나 평상복에 적합한 아이디어가 반영되었다.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과 열정이 밑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현대자동차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고객 최우선을 실천하는데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셋째, 글로벌 비즈니스리더로서의 책임감(Responsibility as a global business leader)을 가져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를 가장 많이 파는 회사가 아니라 가장 사랑받는 회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인들의 차이점만이 아니라 공통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유럽, 일본 기업인들의 모임인 코원탁회의(Caux Round Table)에서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유교 등 다양한 종교의 경전을 교차 분석해 본 결과, 모든 경전에서 글로벌기업이 갖추어야 할 공통원칙이 발견되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원칙이 사람, 즉 고객을 정직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닛산의 배출가스 파문이나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폭스바겐 연비사태는 고객에게 정직하지 못한 자세에서 비롯됐다. 승승장구하던 기업의 조작과 은폐는 고객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고객을 속이는 행위는 기업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거짓 없이 올바르게 고객을 섬기는 자세는 문화, 인종, 종교를 뛰어넘는 고객신뢰경영의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전인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Together for a better future)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비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세계인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세계화되고 다원화된 세상에 가장 중요한 핵심,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이다. 인간본질에 대한 연구개발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동안 현대자동차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왔다. 즉,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왔다. 그 중심에는 자동차 개발을 넘어 고객의 삶을 연구해 온 연구원들의 노력이 있다. 인간편의에 대한 연구(Research on human factors)를 기반으로 사람의 시선, 표정, 제스처, 말투 등을 인식하고, 인간의 인지 및 행동의 알고리즘을 분석해 고객의 삶에 적합한 자동차를 개발하는 일은 아직도 계속 진행 중이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통해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일일이 개입할 수 없지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삶을 더 사랑하고, 무한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미래는 고객들과 함께, 고객들을 위해, 다양성의 가치 실현과 보편적 인류애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열린다. 여러분은 자동차가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중요성을 현실화시키고, 인류사회의 꿈을 실현하는 동반자로서, 새로운 미래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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